궁중요리 전문가 한복려 선생님이 말하는 전통폐백

요즘은 결혼식에서 폐백이란 본식이 끝난후 전통혼례복으로 갈아입고 잠시동안 형식적으로 따르는 관례같은 인식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결혼에서 폐백이란 더 넓고 큰 의미였습니다. 궁중음식 전문가 한복려씨가 말하는 전통적인 폐백의 의의를 살펴봅니다. 조금은 딱딱하고 유교적이지만 알아두면 괜찮을듯 합니다.

1. 시집식구와의 첫 맞대면과 폐백

신부가 시집에 와서 시집 식구들과 맞대면하여 인사 올리는 의식을 현구고례(見舅姑禮, 현우존장례)라 한다. 즉 부모에게 인사하고 형제 친척과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인사만 받는 것이 아니고 답례를 하게 되는데 그것을 구고예지(舅姑禮之), 구고향지(舅姑饗之)라 한다.

일반적으로 폐백은 정식으로 부모에게 첫인사를 드리는 예이다. 며느리가 준비한 포, 과, 주를 올리고 신부는 4배, 신랑은 2배를 아버지, 어머니에게 따로따로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식이 끝난 후, 따로 마련된 폐백실에서 부모를 한자리에 앉히고 절을 한 후 신부가 잔을 따라 올리지만 전통 혼례에서는 좀 다르다.


궤우구고(饋于舅姑)라 해서 따로 준비해온 음식을 신부집 사람들이 차려놓고 잔은 이 때 따른다. 상을 받은 시부모는 며느리에게 답례로 술잔을 내려주며 덕담을 한다. 신부는 시부모보다 웃어른이 계시면 직접 방으로 찾아가 인사를 하고, 신랑과 같은 연대 식구들과는 한 번에 맞절을 하면 된다.

식장에 마련된 폐백실에서는 부모, 조부모, 일가친척, 형제가 다 같이 인사를 나누니 편리하기는 하지만 형식 위주여서 본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며느리를 맞이하든 사위를 보든 며느리나 사위에게 처음으로 큰상을 차려주는 것도 하나의 예였는데 요즘엔 없어진 풍습이 되었다.

요즘은 피로연이라 해서 식장에 딸린 식당에서 신랑, 신부 가족의 위치를 정해놓고 축하금을 내면서 식권을 받아든다. 어떤 곳에서는 가슴에 스티커 같은 표딱지까지 붙여주고 밥 먹는 사람의 인원을 체크하니 생각해보면 정말 웃지 못할 희극이다.




2. 부모님께 올리는 첫 문안인사와 큰상

며느리들은 시집을 오면 그때부터 자식 낳아 기르고 안살림을 이끄는 주부로 커나가게 된다. 큰상은 시집와서 처음 받아볼 뿐 조상들께 올리는 제사상, 시부모의 생신상, 잔칫상을 수도 없이 차리게 된다. 그러다가 자식을 성장시켜 혼인을 시키고 회갑이 되어서야 다시 큰상을 받아보게 된다.

시집에서의 생활은 아침 저녁 시부모께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례에는 평생 부모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나 3개월, 1개월, 7일, 3일로 점차 줄어든다. 시집살이를 하면 당연히 아침 저녁 인사는 하게 마련이다. 부모도 예의를 차려 인사를 받는다는 것도 힘든 일이니 차츰 조석 문안인사는 줄어들게 된다. 그렇지만 3일 만에 부엌에 들어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니 그렇게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남의 집 며느리가 되어 시집식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친정어머니는 딸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 밥상 차릴 때 쓰라고 이바지로 밑반찬들을 챙겨서 보낸다. 젓갈, 자반, 장아찌, 마른찬, 포 등이다. 반상차림은 보통 오첩반상이라 밑반찬 두어 가지가 있다면 상차리기는 수월할 것이다.